2년 전 11월, 처음으로 타카오산에 간 후기.
문득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도쿄에는 타카오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마침 같은 케이오선이고 하니 접근성도 괜찮겠군, 하고 주말에 바로 타카오산으로 향했다.
타본 결과, 그리 가깝지는 않다. 그리고 급행을 타려면 1번 환승을 해야 된다.
환승하면 앉아서 갈 수 있는 확률이 적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냥 환승하지 않고 각역 정차로 간다. (그래 봤자 10분 차이다.)
역에 있는 팜플렛을 보니 등산 코스가 여러 개가 있는데, 나는 1 호길을 선택했다.
1 호길은 다른 코스에 비해 길이 널찍하고, 중간 지점에서 식사, 휴식하기 좋기 때문에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 간식과 도시락 등을 지참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1호 길이 제일 무난할 것 같다.
(그런데 1 호길은 돌길 + 다른 코스보다 빠른 대신 조금 더 가파르기 때문에 초반 15분 정도는 힘들 수도 있다.)
아래의 2번째 사진에서 왼쪽으로 가면 6 호길, 오른쪽으로 가면 1 호길 코스다.
당시에 힘들어서 여유가 없었는지 등산길 사진이 없다.
약 40분 뒤, 중간 지점에 도착한 나는 한 식당에 들어가 우동을 주문했다.
맛은 그저 그랬고, 양도 조금 적었다. 심지어 가격도 싸지 않다.
그 이후로 웬만하면 다른 식당에 가게 되었다.
중간 지점에는 화장실, 식당, 자판기, 벤치, 그리도 원숭이・잡초원도 있어서 휴식하기에 좋다.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타면 여기까지 올라오며, 정상까지는 걸어가야 된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모처럼 왔으니 정상을 향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간 지점에서 약 15 ~ 20분 정도 올라가면 야쿠오인 사원이 나온다.
일본어로는 薬王院이라고 쓰는데, 읽는 법을 방금 조사하면서 처음 알았다.
나는 참배하는 방법도 모르고, 참배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고 나온다.
타카오산은 많은 사람들이 등산하고, 등산하기 무난한 이미지가 있지만
초심자인 나에게는 역시 버거워서, 정상은 포기하고 케이블 카라도 타고 내려갈까 했는데
케이블카, 리프트 양쪽 다 줄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내려갔다.
※ 몇 번 타카오산에 와본 바, 줄이 엄청 길어 보여도 막상 기다려보면 금방 빠진다.
보통 20분 정도 걸리는데, 성수기 때는 그보다도 훨씬 더 걸린다.
그래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젠가는 내 순서가 돌아오게 돼있다.
등산 초보자에게 등・하산 둘 다 걸어서 내려오는 것은 굉장히 힘겨웠고,
도중에 벤치에 앉으며 쉬어가며 내려오니, 드디어 산 입구가 보였다.
다리는 터질 것 같고 너무 힘들었지만,
여기에 오기 전 찾아놓은 디저트 카페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힘든 몸을 이끌고 카페로 향했다.
지도로 봤을 때는 가까워 보였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10분 정도 걸렸고
외관만 봤을 때는 장사를 하는 건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들어갔는데, 다행히 영업 중이었다.
카페 홈페이지를 보니
2022년 8월 31일 이후로는 운영을 휴업하고, 가끔씩 카페 혹은 렌탈 스페이스로 경영하겠다는 공지가 있다.
타카오산 입구에서 은근 멀기도 하고 귀찮아서 이 날 이후로 안 갔는데, 막상 이런 공지를 보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메뉴가 뭐더라? 복숭아 타르트랑 무슨 라떼였나.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았는데, 무슨 설문조사를 하면 500엔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선뜻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500엔 할인을 받았다.
일본에서 가끔씩 사람들이 뜬금없이 말을 걸어서,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느긋해 보이는 카페 사장님도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건다.
산에는 자주 오냐, 10월 ~ 11월은 성수기고, 12월 ~ 1월은 비수기다, 등...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고, 말을 할 필요성도 못 느끼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지만, 딱히 싫지는 않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공간도 아늑하니 좋은 카페였다.
그렇게 조금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돌아갔다.
이 날의 등산이 꽤 고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당분간 타카오산에는 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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