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생활/산책

【도쿄 등산/하치오지】2021.09.23 도쿄 타카오산 등산 #02 약 10개월만에 타카오산에 재도전하다

고독한 쵸이 2022. 9. 6. 00:32
반응형

처음 타카오산에 오른 지 약 10개월 후,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다, 자숙이다 뭐다 하는 바람에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든 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힘들었지만 나름 산 중반까지 올라가 보람을 느꼈던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또 한 번 타카오산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이전 글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도쿄 등산/하치오지】2020.11.23 도쿄 타카오산 후기 #01 처음으로 타카오산에 오르다

2년 전 11월, 처음으로 타카오산에 간 후기. 문득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도쿄에는 타카오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마침 같은 케이오선이고 하니 접근성도 괜찮겠군, 하고 주

solitary-choi.tistory.com

 

그런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작년보다 사람이 확연하게 없다.

타카오산 입구타카오산 입구
타카오산 입구
사람이 급감한 타카오산. 타카오산의 따뜻한 느낌이 좋다.

작년에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인 1 호길을 올랐으니, 올해는 다른 코스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6 호길이다.

타카오산 코스.
출처: 타카오산 홈페이지 등산코-스. 저번 글의 사진을 그대로 갖고왔다.

1 호길은 돌길이고 조금 경사가 있어서 걷기는 힘들었지만, 중간에 휴식처와 식당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만하다.

하지만 6 호길은 계곡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6호 길이 상처를 받겠지만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나, 등산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6 호길은 또 길이 좁아서 뒤에 사람이 오면은 비켜주거나

앞에 사람과 마주쳐서 한쪽이 먼저 가기를 기다려주는 일도 빈번하다.

그럴 때마다 보통 인사를 하는 게 보통인데, 나 같은 경우는 사회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그런 상황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일단 올라가 본다.

타카오산 계곡
시원하게 쭉쭉 뻗은 나무와 계곡이 기분 좋다.

여기는 기도하라고 만들어진 건가?

여담인데, 일본에는 길거리 곳곳에 이런 석상이 많이 놓여있다. 

좀 올라가니 웬 건물도 보인다. 별 다른 용도는 없는 것 같는데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다.

타카오산 정체불명 건물
정체불명 건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거리는 풍경이 따뜻-하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2번째의 하얀 햇살을 보고 있으면, 대학 시절 3D 렌더링 돌릴 때 햇빛 비치는 효과 주겠다고 노트북을 혹사시킨 기억이 떠오른다.

참고로 햇살은 포토샵으로 만드는 게 제일 빠르고 효과가 좋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돼서 안 그럴지도 모르겠다.) 

타카오산 등산로타카오산 등산로타카오산 등산로

역시 사람은 녹색을 봐야 된다- 하고 정신을 정화하면서 올라오니 어느새 계곡이 보인다.

계곡에 오면 한 절반은 온 거다. 사람들도 걷다가 지쳤는가 계곡에서 쉬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상까지는 아직 40분 정도 더 올라가야 된다.  

타카오산 계곡

그렇게 힘겹게 쉭쉭 올라오니, 여러 개의 벤치가 놓여있는 휴식 공간이 보인다. (사진은 없다.)

등산 초보자가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조금 자랑스럽다.

너무 지쳤던 나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위를 올려다보며 15분 정도 쉬었다.

사실 여기가 정상이라고 착각해서 더 느긋하게 쉰 것도 있다. 

그렇게 좀 쉬다가 아직 정상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헐레벌레 정상으로 올라간다. 

한 2분 정도 올라갔을까, 본능적으로 여기가 정상이다, 하고 알아챘다.

방문자 센터와 식당도 보인다. 역시 코로나 때문인가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여기 직원들은 정상까지 어떻게 출근하는 거지?

  1. 케이블카를 타고 중반부터 걸어서
  2. 리프트를 타고 중반부터 걸어서
  3. 차를 타고 1 호길로 올라와서 중반부터 걸어서
  4. 처음부터 걸어서

1, 2의 경우에는 케이블카와 리프트 운임비도 지원해주는 건가? 

사실 내 알바는 아니다.

어찌 됐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건강에는 아주 좋은 일자리인 듯하다.

타카오산 정상타카오산 정상
2회차 도전에 드디어 정상에 올라왔다. 

날이 맑으면 후지산도 보이는데, 이 날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타카오산 정상타카오산 정상

사람들이 정상 간판과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있다. 

나는 간판 사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적당한 각도에서 대충 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내가 저 간판과 사진을 찍었냐가 아니라, 저 간판을 봤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거다.

내려오니 여기에도 식당이 있다. 애니에서나 보던 빙수 현수막도 직접 보니 반갑다.

여기 매점도 그렇고, 2 ~ 3군데에서 아이스크림도 팔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작 나는 현재까지도 아직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타카오산 등산로타카오산 등산로
타카오산 등산로의 석상타카오산 등산로의 석상
석상의 표정과 자세는 근엄한데 빨간 모자와 턱받이가 귀여운 이미지를 주어 은근 조화롭다.

저번에는 등산할 때 왔던 야쿠오인을 이번에는 하산하면서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도 지난번에 비해 사람이 너무 없다. 요즘에는 다시 늘었지만 코로나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정말 사람들이 외출을 안 했구나 하고 사진을 보며 새삼 느낀다.

야쿠오인야쿠오인

야쿠오인에서 내려오니 웬 합격기원 문어대가리가 있다. 

아마 수험생 대상인 것 같고, 나는 오래전에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해당사항 없음.

... 하지만 합격에도 여러 의미가 있으므로 내 멋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다른 회사에 내정되어 지금 회사에서 하루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문어 머리를 문질문질 쓰다듬으면서 빌어본다.

머리가 둥글둥글하니 촉감이 좋다.

타카오산 문어타카오산 문어
합격 기원 문어 머리를 슥슥 문질러서 지금 쥐꼬리만한 월급을 주는 회사를 탈출할 수 있게 빌어본다.

이 날은 등반 때 고생을 한 것도 있고, 마침 코로나로 사람도 적고 하니 줄도 덜 서겠지? 하는 마음에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작년에 비하면 어디든 정말 텅텅 빈 수준이다.

타카오산
왼쪽이 케이블 승강장이다. 오른쪽은 기념품 가게.

케이블카 탑승 시각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주변 경치도 찍어본다. 

허연 구름이 좍좍 뻗은 게 정말 푸른 가을 하늘 그 자체다.

타카오산 경치타카오산 경치

지난번에는 정상을 포기하고 중간 지점에서 내려왔지만, 이 날은 힘든 코스로 정상까지 무사히 오른 기념적인 날이었다.

이 날을 계기로, 몸을 좀 움직이고 싶을 때는 주말에 타카오산에 오르게 되었다.

(그래 봤자 몇 달에 1번 꼴이지만 안 오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つづく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