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카오산에 오른 지 약 10개월 후,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다, 자숙이다 뭐다 하는 바람에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든 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힘들었지만 나름 산 중반까지 올라가 보람을 느꼈던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또 한 번 타카오산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이전 글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도쿄 등산/하치오지】2020.11.23 도쿄 타카오산 후기 #01 처음으로 타카오산에 오르다
2년 전 11월, 처음으로 타카오산에 간 후기. 문득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도쿄에는 타카오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마침 같은 케이오선이고 하니 접근성도 괜찮겠군, 하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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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작년보다 사람이 확연하게 없다.
작년에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인 1 호길을 올랐으니, 올해는 다른 코스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6 호길이다.
1 호길은 돌길이고 조금 경사가 있어서 걷기는 힘들었지만, 중간에 휴식처와 식당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만하다.
하지만 6 호길은 계곡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6호 길이 상처를 받겠지만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나, 등산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6 호길은 또 길이 좁아서 뒤에 사람이 오면은 비켜주거나
앞에 사람과 마주쳐서 한쪽이 먼저 가기를 기다려주는 일도 빈번하다.
그럴 때마다 보통 인사를 하는 게 보통인데, 나 같은 경우는 사회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그런 상황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일단 올라가 본다.
여기는 기도하라고 만들어진 건가?
여담인데, 일본에는 길거리 곳곳에 이런 석상이 많이 놓여있다.
좀 올라가니 웬 건물도 보인다. 별 다른 용도는 없는 것 같는데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거리는 풍경이 따뜻-하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2번째의 하얀 햇살을 보고 있으면, 대학 시절 3D 렌더링 돌릴 때 햇빛 비치는 효과 주겠다고 노트북을 혹사시킨 기억이 떠오른다.
참고로 햇살은 포토샵으로 만드는 게 제일 빠르고 효과가 좋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돼서 안 그럴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람은 녹색을 봐야 된다- 하고 정신을 정화하면서 올라오니 어느새 계곡이 보인다.
계곡에 오면 한 절반은 온 거다. 사람들도 걷다가 지쳤는가 계곡에서 쉬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상까지는 아직 40분 정도 더 올라가야 된다.
그렇게 힘겹게 쉭쉭 올라오니, 여러 개의 벤치가 놓여있는 휴식 공간이 보인다. (사진은 없다.)
등산 초보자가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조금 자랑스럽다.
너무 지쳤던 나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위를 올려다보며 15분 정도 쉬었다.
사실 여기가 정상이라고 착각해서 더 느긋하게 쉰 것도 있다.
그렇게 좀 쉬다가 아직 정상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헐레벌레 정상으로 올라간다.
한 2분 정도 올라갔을까, 본능적으로 여기가 정상이다, 하고 알아챘다.
방문자 센터와 식당도 보인다. 역시 코로나 때문인가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여기 직원들은 정상까지 어떻게 출근하는 거지?
- 케이블카를 타고 중반부터 걸어서
- 리프트를 타고 중반부터 걸어서
- 차를 타고 1 호길로 올라와서 중반부터 걸어서
- 처음부터 걸어서
1, 2의 경우에는 케이블카와 리프트 운임비도 지원해주는 건가?
사실 내 알바는 아니다.
어찌 됐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건강에는 아주 좋은 일자리인 듯하다.
날이 맑으면 후지산도 보이는데, 이 날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상 간판과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있다.
나는 간판 사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적당한 각도에서 대충 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내가 저 간판과 사진을 찍었냐가 아니라, 저 간판을 봤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거다.
내려오니 여기에도 식당이 있다. 애니에서나 보던 빙수 현수막도 직접 보니 반갑다.
여기 매점도 그렇고, 2 ~ 3군데에서 아이스크림도 팔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작 나는 현재까지도 아직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저번에는 등산할 때 왔던 야쿠오인을 이번에는 하산하면서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도 지난번에 비해 사람이 너무 없다. 요즘에는 다시 늘었지만 코로나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정말 사람들이 외출을 안 했구나 하고 사진을 보며 새삼 느낀다.
야쿠오인에서 내려오니 웬 합격기원 문어대가리가 있다.
아마 수험생 대상인 것 같고, 나는 오래전에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해당사항 없음.
... 하지만 합격에도 여러 의미가 있으므로 내 멋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다른 회사에 내정되어 지금 회사에서 하루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문어 머리를 문질문질 쓰다듬으면서 빌어본다.
머리가 둥글둥글하니 촉감이 좋다.
이 날은 등반 때 고생을 한 것도 있고, 마침 코로나로 사람도 적고 하니 줄도 덜 서겠지? 하는 마음에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작년에 비하면 어디든 정말 텅텅 빈 수준이다.
케이블카 탑승 시각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주변 경치도 찍어본다.
허연 구름이 좍좍 뻗은 게 정말 푸른 가을 하늘 그 자체다.
지난번에는 정상을 포기하고 중간 지점에서 내려왔지만, 이 날은 힘든 코스로 정상까지 무사히 오른 기념적인 날이었다.
이 날을 계기로, 몸을 좀 움직이고 싶을 때는 주말에 타카오산에 오르게 되었다.
(그래 봤자 몇 달에 1번 꼴이지만 안 오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つづ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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